1. 경향소설의 소설사적 위상과 형성배경
초기 경향소설(통상 신경향파 소설이라 부르는)이 문단의 뚜렷한 한 흐름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대체로 1925년 무렵이다. 당대 경향 문단을 주도했던 박영희는 「붉은 쥐」(김기진), 「땅 속으로」(이기영), 「기아와 살육」(최서해) 등 일군의 작품들을 신경향파 문학이라 명명했는데, 새로운 경향의 소설이 등장했음을 공식 선언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작품들이 모두 무산계급 문학으로서 완성된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 나뿐만이 할말이 아니라 작가 자신도 할말일 줄로 안다. 다만 부르주아 문학의 전통과 전형에서 벗어나와서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었다는 것만은 자신있게 할 소리일 줄로 안다. 일반으로 그 창작의 내면을 보면 유탕(遊蕩)을 떠나고 정서지상을 떠나고 압박과 착취적 기분을 떠나 생활에, 사색에, 해방에, 민중으로 나아오려고 하는 새로운 경향은 전무한 신현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 작품에 나타난 주인공은 모두가 새 사회를 동경하는 개척아였으며 그가 부르짖는 선언은 모두가 생활에 대한 진리의 계시였다. 그들은 스스로가 현 사회제도에서 고민하여 그곳에서 생기는 불법과 폭행에 대한 파괴와 또는 불평을 절규하며 따라서 그들은 무산적 조선을 해방하려는 의지의 백열(白熱)을 볼 수 있었다. 박영희, 「신경향파의 문학과 그 문단적 지위」, 『개벽』(1925. 12), 4쪽.
한국 사회의 근본 변혁을 지향했던 경향소설의 특성이, 그 열기가 뚜렷이 감지된다. 소설사의 새 단계가 열린 것이다.
문학사적으로 보아 이 새로운 경향의 소설은 전 단계 문학의 계승이면서 한편으로는 그것에 대한 정면에서의 부정이었다. 계승이란 이 새로운 경향 또한 조선조 이래 우리 문학의 오랜 지배적 전통인 ‘공적가치’를 우선시하는 문학관을 받아들여 내세웠음을 말한다. 국가나 사회 집단 등 공동체의 안녕과 평화를 유지하거나 보다 증진시키기 위한 이념을 앞세우는 이같은 문학관은 조선조의 양반 사대부 문학, 개화기의 문학을 거쳐 이광수의 「무정」으로 이어지거니와, 경향소설 또한 이런 전통에 곧바로 접맥되어 형성되었던 것이다. |
.gif)
.gif)
.gif)
.gif)
.gif)
.gif)
.gif)
.gif)
.gif)
.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