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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책과 씨름하던 고3 시절에 내 책상 한편에는 수능 관련 서적을 제외하고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책이 있었다. 공부를 하다 딴 생각이 날 때나 잠이 올 때 마음이 심란 할 때 항상 이 책을 펼쳐 들었고 그저 책장이 넘어가는 쪽의 책을 읽었었다. 같은 부분이 나오면 나오는 데로 그냥 읽어 내려갔다. 여러 번 읽고 또 읽은 부분을 다시 읽고 또 읽었다. 읽을 때마다 지루하지 않고 새로웠다. 그 책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었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고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였다. 당시 언니들이 좋은 책이라고 권해서 그저 읽어본 책이었는데 별 다른 감흥을 얻지 못했다. 그저 지루하다는 느낌만 받았었다. 이 책이 내가 가장 아끼는 애독서가 된 것은 어느 정도 삶의 고뇌가 무엇인지 톡톡히 맛을 보고 나서였다. 집안일, 재수생활, 미술 예체능계열의 힘듬 하면서 힘들게 대학을 들어가서 이 책을 다시 접했을 때는 느낌이 달랐다. 그것이 아니라 그 속에 녹아 있는 철저한 삶에 대한 고뇌가 느껴졌다. 신영복 선생님의 글들은 철저히 자신의 삶을 고뇌했을 때 마음 속에 다가 올 수 있는 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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