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대립구도
1920, 30년대 우리 소설사의 중심축은 그 뚜렷한 이념성의 선도 아래 우람하게 뻗어 있는 경향소설과 염상섭·채만식 등의 소설이었다. 「고향」이 대표하는 경향소설과 염상섭·채만식 등의 소설은 구체적 형상화를 통해 당대 현실의 총체성을 담아내고자 했고, 이같은 의도를 상당한 수준에서 성취하였다는 점에서 다 같이 리얼리즘의 범주에 든다. 다만 세계관의 차이와 이에서 비롯하는 방법론의 서로 다름에 의해 구별될 뿐이다. 이처럼 경향소설과 염상섭·채만식 등의 소설을 리얼리즘이라는 범주로 함께 묶을 때, 이 시기 소설사는 그 반대편에 놓이는 이상·박태원 등의 모더니즘 소설과의 대립 구도로 파악된다. 그러므로 1920, 30년대 소설사를, 표방하는 이념에 따라 프로 소설과 민족주의 소설의 대립 구도로, 또는 프로 소설과 그 대타의식화 개념으로서의 민족주의 소설의 대립구도로 파악하는 종래의 시각은 폐기되어야 한다. 표피적 해석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이란 큰 범주의 두 개념항이 구성하는 틀로써 한 시대 소설사의 전개를 개괄하려는 시도는 골격의 체계적 파악이라는 점에서 유용한 것이지만 동시에 이것으로 포괄할 수 없는 많은 의미들을 놓친다는 문제점을 지닌다.
경향소설은, 앞에서 상세히 검토했듯이, 박래한 이데올로기의 체계와 객관 현실의 일치에서 비로소 리얼리즘 문학으로 성립할 수 있었다. 추상적 이념의 주관적 개진이 아닌 현실 정합적 이념성의 역동적 형상화가 가능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객관 현실의 규정적 요청에 의해 배태되고 구체적 현실성의 지반 위에 구축되었기에 경향소설은 구체적 현실 탐사를 거치지 않은 「혈의 누」「무정」의 추상적 이념성(계몽성)의 세계와도, 20년대 초기소설의 낭만적 현실 일탈의 세계, 개인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의 무방향성 질주의 세계와도 구별되는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 경향소설의 등장은 곧 객관 현실의 토대와 상부구조를 통합적으로 인식하고 반영하려는 리얼리즘 소설의 본격 대두에 해당하는 것인데, 이와 나란히, 그리고 이에 맞서서 리얼리즘의 분화가 이루어지고, 우리 소설사는 서로 성격을 달리하는 개성적인 작품들로 풍요로워지게 된다. 그 양상은 어떠했던가를 「삼대(三代)」「탁류(濁流)」를 중심으로 검토하는 것이 여기서의 과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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